'걸어 다니는 시계'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차 한잔과 담배 한 개비와 함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7~11시에 강의를 하거나 강의를 준비한 뒤 오후 1시까지 글을 썼다. 오후 1~3시에 점심을 먹으며 사람들을 만났고, 30분 뒤 1시간 동안 강변을 산책하고 친구들을 만나 7시까지 대화를 즐겼다. 집에 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밤 10시에는 잠이 들었다. 임마누엘 칸트는 산책을 딱 두 번만 빼먹었다. 한 번은 장 자크 루소의 책 '에미르' 초판을 사려고 했지만, 또 한 번은 프랑스혁명 기사가 난 신문을 구하려다 시간을 놓쳤다. 에미르는 그가 가진 편견의 뒤통수를 때린 책이었고, 프랑스혁명은 그것을 확인해 주는 사건이었다. 지식이 부족한 대중을 경멸하던 칸트는 '에미르' 덕분에 도덕에 뿌리를 둔 평등주의를 알게 됐고, 프랑스혁명으로 대중의 힘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시간이 철저했던 만큼 공간 또한 엄격했다. 1724년 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태어나 80년 가까이 그곳에서 살았다. 거리 150km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과 전혀 본 적이 없는 동식물에 대한 박학다식한 강의로 인기를 끌었다. 선험적 공간에 대한 담론에서 지리학에 철학적 이유를 도입했다고 한다. 매일 산책하는 코스도 늘 똑같았다. 심지어 다리도 미리 세어둔 수만큼 제대로 걸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동네 주부들은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 그래서 별명이 '쾨니히스베르크의 시계'(Königsbergclock)다. 결벽증도 엄청 심했다. 모든 물건은 항상 자기 위치에 놓여 있어야 했는데 그 이유는 부모로부터 엄격한 청교도적 가르침을 배웠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키(157cm)도 작고 몸도 약했던 칸트는 건강관리에 매우 까다로웠다. 절대 지나치지 않았다. 식사도 규칙적으로 적당히 먹고 술과 담배도 조금씩 즐겼다. 산책도 무리하지 않고 정해놓은 코스만 지켰다. 더운 여름에 걷다가 땀이라도 조금 날 것 같으면 천천히 걷고 조금이라도 힘들면 바로 그늘로 들어가 쉬었다. 이런 건강관리 전략 덕분에 80세까지 장수했을 수도 있다. 40대 들어 편두통을 앓기 시작한 칸트는 산책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두통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산책은 생활 헌법처럼 반드시 지켜야 할 정언명령으로 발전했다. 걸을 때는 반드시 입을 다물고 코로만 숨을 쉬었다. 그게 몸에 좋다는 거야. 그래서 혼자 산책하기를 고집했다. 친구와 함께 걸으면 입을 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꽤 긴 식사를 즐겼다. 갈수록 엄격한 건강관리법을 개발하고 실천하던 그는 과학적으로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당시 지붕에 피뢰침이 꽂히고 개구리 다리에서 전기가 나오고 전기를 모아두는 깡통이 발명되면서 전기가 사회적 담론으로 떠올랐다. 칸트는 마을에서 고양이가 죽은 사건을 들며 공기 중에 떠도는 전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치매였을까. 실제로 말년에 그는 치매 증상을 보였다. 호흡과 수면으로 자신만의 건강 비법을 고집하던 칸트는 79세의 나이로 임종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는 나날이 나아지는데 의사 때문에 죽고 있다." 그 의사는 뭐라고 답을 했을까? 칸트는 이성이 묻는 세 가지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순수 이성 비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실천이성비판),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되는가(판단력 비판)다. 건강관리를 주제로 하면 누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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